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던 직장인
취준생 시절, 맨날 탈락의 쓴맛을 보는 와중에도내 나름, 스스로 정해놓은 나만의 취업 가이드 라인이 있었다.
올바른 가치관과 비전이 함께하고 ,
내가 좋아하는 것이며
지구를 뒤흔들수는 없다하더라도
반드시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일것.
몸이 바쁘다 하더라도
정신적인 여유는 잃지않으며
사랑하고 또 나누며 살것 .
26살의 내가 쓰고 35살인 지금도 여전히 공감하는 문장,
나는 무언가 남을 이롭게 하는 일에 종사하고 싶었다.
하지만 결국 나는 그런 어른이 되지 못했다.
아니 그런 느낌을 달고 살았다.
저 문장이 고작 몇줄 안되지만
사실은 얼마나 많은 힘을 가지고 있는지
간간이 읽을때마다 나를 뜨끔하게 한다.
특히나 저 문장들 중 정말이지 나를 어렵게 만드는 문장이 있는데
반드시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일 것
이 열세글자 이다.
메르세데스-벤츠의 자동차 마케터 ,
비싸고 화려한 자동차를 더 많이 사도록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
그게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.
나는 이 회사에 채용되었기에
채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의 영혼을 갈아 광고를 만든다.
그 영혼을 깃든 광고를 보고 사람들은 그 자동차를 산다.
그리고 그 자동차는 아주 많은 것들을,
사실은 좋지 않은 어떤 것들을 뿜어낸다.
적게는 지구를 오염시킬 매연,
많게는 박탈감.
나는 내가 혐오하는 미세먼지를 부추기기도 하고 ,
누군가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.
그래서인지 늘 만족하지 못했다.
누군가가 보기에는 화려하고 멋진 직업이었지만
그리고 실제로 나도 그 화려함에 취해서 산 시간도 있었지만
결국은 문득 허탈해졌다.
이 삶이 10년쯤 되자 진짜로 나는 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모호해지기 시작했다.
그냥 그럴 듯하게 눈 딱 감고 적당히 사는 방법도 있지만
그렇게해서 나에게 무엇이 올까 생각하면서
이대로는 아닐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랐다.
결국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.
그것을 찾기 위해서 이 기록을 시작한거니까.
우선은 아무거나 되는대로 가급적 많이 기록해보려고 한다.
정리되지 않은 생각이나, 사실들을 나열하다보면
지금보다는 더 확실해지겠지.